6월 이후 중고트럭 거래량 전년비 ‘반토막’
물가·금리 오르자 중고차량 구매 기피 분위기
인기 많던 최신 수입산 트럭도 잘 안팔려
일부 모델 수백만 원 가격 낮춰 판매되기도
신차 생산난 여전…현 중고 시세 유지될 듯

수도권에서 중고트럭 매매상사를 운영하는 A씨는 얼마 전 휴업을 결정했다. 올해 들어 중고트럭 구매자가 크게 준 탓에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중고트럭을 사겠다는 사람이 뚝 끊겼다.”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차가 없어서 못 팔았는데 지금은 값을 낮춰야 겨우 팔린다. 기름값이며 금리며 모두 오른 탓이다.”고 토로했다.

지난 2년간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중고트럭 거래량이 최근 반토막 났다.
지난 2년간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중고트럭 거래량이 최근 반토막 났다.

연일 치솟는 물가와 금리에 중고트럭 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 2년간 중고트럭은 높은 인기와 공급 부족으로 극심한 품귀현상에 시달렸지만 반대로 지금은 구매 고객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대형 중고트럭 매매상사에 따르면, 지난달 이 회사의 월 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사원 한 명당 한 달에 10~20대 팔던 것이 10대 정도로 준 꼴이다.

영세한 매매상사 상황은 더 심각하다. 회사 전체를 통틀어 한 달 실적이 2~3대에 그친 곳도 많다. 좋은 매물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이처럼 중고트럭 수요가 2년 만에 감소하자 중고트럭 시세의 변동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고트럭 매매상사와 가득 쌓여 있는 중고트럭 모습.
중고트럭 매매상사와 가득 쌓여 있는 중고트럭 모습.

모든 게 다 올랐다…구매 심리 급랭
중고트럭 구매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건 물가와 금리가 인상했기 때문이다. 치솟은 물가로 화물차 유지관리 비용이 상승한 가운데 차량 할부금마저 오르면서 운전자들이 중고트럭 구매를 꺼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기름값이다. 지난 6월 국내 경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리터당 2,100원을 돌파했다. 이에 월수입의 20~40%를 차지하던 화물차 유류비 부담도 절반 수준까지 뛰었다. 화물차 부품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타이어 가격과 엔진오일 교체 비용은 전년 동월 대비 약 10%, 카시트나 와이퍼 등 자동차 용품은 18.1%, 자동차 수리비는 4.3%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하자 ‘차를 몰수록 손해’라며 운행을 멈춘 화물차가 늘어났고, 이는 자연스레 차량 구매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치솟은 화물차 대출금리도 차량 구매 심리를 위축시켰다. 할부 구매 비율이 높은 국내 화물차 시장 특성상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화물차 대출 금융 상품의 금리는 올해 초와 비교해 적게는 1.5%p에서 많게는 3%p까지 상승했다. 화물차 대출금리가 일반적으로 연 5% 내외였음을 고려하면 현재는 연 6.5~8% 수준에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차량 할부금 부담이 커지자 중고트럭 구매를 미루는 차주도 늘어났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가장 수요가 준 모델은 수입산 중고트럭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비가 낮은 데다 찻값과 소모품 비용이 높아 물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직격으로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중고트럭 매매상사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9년식, 20년식 수입산 중고트럭 매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델은 소위 ‘고급 매물’이라 불리며 물량이 나오는 족족 판매되던 차량이다.

해당 업체 대표는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가 높던 수입산 트럭은 물론이고, 원래 수요가 높기로 유명한 국산 5톤 트럭들조차도 요즘은 도통 팔리지 않아 난리”라며 “이런 수요절벽은 지난 11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고트럭 시세는 당분간 유지될 듯
수요절벽 속에 중고트럭 시세 변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고트럭시세는 올 초 기준 평년 대비 20~60% 수준 증가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와 차량 생산난이 겹치며 수요는 늘고 매물은 감소한 탓이다.

일각에선 정반대로 바뀐 시장 분위기에 일부 중고트럭 시세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영세한 매매상사를 중심으로 일반 시세보다 300만~500만 원 저렴한 매물이 쏟아졌다. 매매상사가 중고트럭 매물을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매매상사가 중고트럭을 한 대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월 수백만 원에 달한다. 차량 할부금(일반적으로 찻값의 10%)에 차량 보관료(약 40만 원)를 합한 금액이다. 5~25톤 트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매상사가 보통 차량을 30여 대 확보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매월 차량 보유비용만 ‘억 대’에 달하는 셈이다.

결국 차를 팔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매상사가 부담하는 지출도 커지므로,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내려 차를 빠르게 처분하려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형 매매상사는 아직 기존 시세를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생산난이 여전히 극심한 탓이다. 물가와 금리 여파로 중고트럭 수요가 줄긴 했지만, 그럼에도 시중에 공급되는 매물이 수요를 밑돌아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트럭의 시세 하락이 ‘대세’가 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매매상사도 대출을 끼고 매물을 떠오기 때문에 이자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업체는 찻값을 낮출 수밖에 없지만, 결국 중고트럭 매물은 전적으로 신차 생산량에 의해 결정되므로 차량 생산난이 지속되는 한 전반적인 시세는 현재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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